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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초3동천재소년


[매거진L*]중앙일보 대학평가 거부운동에 부쳐 └외부기고



1. 나도 신문사의 대학평가에 반대한다. 학문의 가치는 좀처럼 평가되지 않을 뿐더러 지금의 대학평가가 내세우는 기준은 턱없이 부분적이다. 그런데 일단 순위를 매겨서 일렬로 줄을 세워놓으면 그게 또 무시하기 어려운 압박이 된다는 게 문제다. 

2. 내 생각에 고대에서 대학평가 거부운동이 시작된 건 아마 고대에서 그 폐단이 가장 적나라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평가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2010년 전후로 해서, 성대가 고대를 제꼈던 때부터였다. SKY 카르텔을 깨려는 시도가, 그것도 고대를 끌어내리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게 고대 안에서는 적잖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었던 것 같다. 고파스에서도 꽤나 핫한 주제였다. 어쨌든 그 때 이후로 고대는 명백히 대학평가를 의식한 행보를 해왔다. 외국인 교원을 늘리고, 외국 학생을 더 받고, 외국어 수업을 더 열고, 건물을 더 짓는 등등.

2-1. 우리 과도 적잖이 영향을 받았다. 중국어 수업이 늘어나면서 한국어로 수업하는 게 훨씬 나은 과목들(언어학이나 문법학 등)도 중국어로 열렸고, 교수님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피곤했다. 교수님도 굳이 중국어 쓰시느라 땀나고, 애들은 못 알아듣고, 그래서 한번 더 설명하고, 수업 끝나고 한국어로 또 물어보고...

2.2. 그 결과 우리 과는 과별 평가에서는 전국 중문과 중에서 1등을 했다. 옛날에, 성대가 막 고대 제끼고 설대 밟고 할 때는 대학평가 얘기만 해도 짜증냈는데 지금은 교수님들도 수업시간에 은근 1등한 걸 언급하신다.

3. 내 생각에 평가란 건 그렇다. 무시하기에는 신경쓰이고 신경쓰자니 귀찮다. 한 번 신경쓰기 시작하면 경쟁이 붙어서 나중에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게 된다. 대학사회와 교수님들 모두 그걸 염려하는 것 같다. 대학이 대학평가를 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 대학평가에 따라 대학이 움직이게 되는 것.

4. 그래서 나온 대안이 이번 '대학평가 거부' 사태다. 다름이 아니라 이는 대학평가를 더이상 신경쓰지 않겠다는 거고 대학평가가 만들어지기 전으로, 그딴걸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조처다. 

5. 다만 이는 기존의 카르텔을 복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가가 없어지면 더이상 'SKY가 좋다'는 사람들의 기존 생각을 바꿀 근거가 같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6. 당위를 떠나서 이 운동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 운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다시피, 혼자만 하면 혼자만 병신되고 끝날 뿐이다. 다만 소위 'SKY', 즉 이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층에 있어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5.에서 얘기했듯 대학평가가 없어지면 더이상 SKY의 위치를 위협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중에서도 우리 과같이, 대학평가로 인해 단맛을 약간이나마 본 사람들은 미적지근할 가능성이 높다.

7. 이 운동은 복고적이다. 옛날로 돌아가겠다는 게 이 운동의 본질이다. 확실히 최근 대학사회의 흐름은 학문이나 진리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신문사가 대학을 평가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대학이 기업같이 변해가기 때문일 것이다. 평가하려면 학교 말고 재단을 평가했으면 좋겠다.


참고 : 국제신문, <"대학평가 본질 훼손" 서울대·연대·고대, 총학생회가 거부>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40923.22006205142

덧글

  • jklin 2014/09/26 01:29 # 답글

    ??? 대학평가가 대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 아닌가요? 물론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방식이 완벽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훨씬 일률적인 입시학원의 대학사정표 대학랭킹보다는 다양한 부문에 걸쳐 종합적인 평가가 될텐데요?

    게다가 중앙일보의 평가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대학이 알아서 판단할 일입니다. 또, 중앙일보의 평가가 문제가 많다면 이를 전적으로 거부하기보다는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와 경쟁하는 다른 대학평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바람직 할겁니다.

    이런 문제는 대학평가의 다양성의 구현으로 해결해야지 중앙일보의 평가를 거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 ... 2014/09/26 05:56 # 삭제

    5. 다만 이는 기존의 카르텔을 복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가가 없어지면 더이상 'SKY가 좋다'는 사람들의 기존 생각을 바꿀 근거가 같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SKY쯤 되면 차라리 랭킹을 무시해버리고 네임밸류 하나에 매달리는 게 기대비용환산시 더 가치가 높을 것이니까. 물론 이화여대는 비슷한 짓 하다가 완전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지만 ㅋㅋ
    또 반대로, 경희대같은 곳은 랭킹에만 우선하는 방침으로 정작 랭킹은 오르는데 실질적으로 수준은 다를 게 없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니-아니, 슬라보예한테 돈이 흘러간다는 점에선 개악일까-이래저래 랭킹에만 눈길을 주는 것도 생각해볼 일...
  • ... 2014/09/26 06:00 # 삭제 답글

    미국인들도 무슨 다양성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다들 아닌척해도 USNEWS의 미국대학랭킹에 은근슬쩍 눈길을 주고 있으니 인간은 줄세우고 성적매기는 걸 좋아하는 성정이 틀림없음!
  • 123 2014/09/26 06:58 # 삭제

    ㅇㄱㄹㅇ.하다못해 지잡도 취업률 가지고 성적매기는 마당에
  • 즐거운편지 2014/09/26 10:11 # 답글

    뭐 저 삼개대학 출신중 하나로서, 재학생이면 모르겠지만 졸업생으로 타대학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되는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저들은 무슨 대단한 명분을 내세울지는 모르겠으나 결론적으로는 기득권 지키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죠. 5번에서 말씀하셨듯이 말입니다.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그 일갈 속에, 기존의 평가받은 바로메터를 부정하고 동등한 대학생이 되자는 의미는 없는걸로 보입니다. 속 빈 강정이죠.

    사실 마냥 덮어놓고 욕하기에는 또 어려운 것이, 이미 종합대학중에서는 삼개대학이 고유명사처럼 뇌리에 박혀있으며, 한양대나 인하대같은 공대 강점인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학벌로 남아 영향력을 직장에서 발휘하는걸 보면, 대학평가로 중앙일보가 성균관대 띄우기 하면서 순위 흔들기 하는게 나쁜것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실 당위성을 떠나 대학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이고, 그 사회평판의 큰 부분을 기업과 그 인사채용팀이 담당하고 있지요. 지난번에 대학별로 인원을 차등배분하면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은 삼성의 사건도 사실 나무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솜사탕 2014/09/27 01:47 # 답글

    제 생각엔 자기가 좋아하는 대학을 가는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들은 다들 성적맞춰 가지 않으면 비웃고 늦게가면 늙었다고 비난해요. 대학 서열이 뭐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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