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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초3동천재소년


20150208 맑시즘2015 후기 └외부기고


지난 주말 고려대에서 열린 마르크스주의 포럼, 맑시즘2015에 다녀왔다. 대충어떤 느낌이었냐면,

 

1.     

어떤 이데올로기이든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파될 수는 없다.이렇게 말하면 사실 당연한 건데, 이 당연한 걸 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기독교와의 연관 속에서 자랐고, 기독교 정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생각 혹은 삶의 변화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체험해 왔다. 이데올로기가 사람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게 매우 재미있다. 지금은 21세기고, 자본주의가 온 세상을 뒤덮은 세상인데도 말이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사람을 움직인다. 돈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돈은, 비유하자면, 물질을 이루는 원자 같은 것이고 이데올로기는 그 원자들이 뒤얽혀 생긴 유기물 같은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데올로기를 원자(그러니까 돈) 단위로 해체한다.

 

2.

자본주의를 한쪽 끝에 놓고 본다면 기독교와 맑시즘은 똑같이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다. 둘 다 물질,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토대로 삼기 때문이다. 그건 물질이 아니니까 사유실체(생각 속의 존재)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가르침을 통해 전수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모습이 바뀔 수밖에 없다. 스승에서 제자로, 책에서 현실로, 학자에게서 운동가로 넘어오면서 순수한 사유실체였던 이데올로기는 현실에 오염된다. 대중이 더 쉽게 이해하게끔 직관적으로 변하고, 현실의 이슈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변하고, 따라서 원래 갖고 있던 논리적 필연성과 보편성을 상실하고 표피화된다.

 



3.

나는 맑시즘의 이론적인 면모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맑시즘 포럼은 보다 실천적인, 말하자면 운동가들의 관심사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옛날, 20세기에 운동권 선배들이 후배들한테 사상교육을 하는, 그런 자리 느낌이었다. 워크샵은 그쪽 바닥 필독서를 알기 쉽게 요약정리해주는 정도였다. 행사 자체에서 이론적으로 대단한 논의가 오가는 건 아니고,말하자면 그쪽 바닥 운동가들이 모이는 연례 행사 같은 느낌이었다.

 

4.

또 워크샵이 끝날 때마다 질의응답이 많이 오갔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맑시즘을 어떻게, 왜 공부하는지를 약간 알 수 있었다(사실이게 제일 궁금했다). 여러 사람들이 자기를 유물론자로, 맑시스트로 전제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아마 자리가 자리라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관점이 우리 사회 보통의 관점과는 달랐고 자신들도 그것을 알고있는 것 같았다. 나도 어디가서 소개할 때 가끔 유물론자인 척 하지만, 유물론자라는 게 당연하게 전제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유물론은 사실 아주 급진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물론적 관점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례와 논증이 필요한데, 자기를 유물론자로밝힌 사람들 중 많은 부분이 유물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5.

운동가도 이론적 기초를 갖추어야 한다. 이론이 후달리면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 그냥 급진주의자가 되어 대중으로부터 병신 취급을 당할 뿐이다. 나는 맑시스트라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그래넌 맑시스트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이 점에서는기독교도 비슷하다. 난 교회를 다녀서 술을 안 마시겠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대중으로부터 자기를 떼어내는짓이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유와 과정을 설명해내야만 대중의 이해와 존중을 기대할 수 있다. 대중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운동은 반드시, 예외 없이 실패한다. 이 점에서 이유 없는 순종을 가르치는, 근본주의 교단은 트롤러라고, x맨이라고 할 수 있다.


 


6.

사회주의 사회는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소련은 스탈린주의로 타락했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지도 아리까리하고, 북한은 그냥 왕국이고, 쿠바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쪽 사람들은 진정한사회주의가 아직 실현된 적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사회주의 사회라는 말이 거기에서는 프리패스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무조건 받아주는 공수표 같은 것으로 쓰이는 듯 보였다. 또 빠리꼬뮌을 이상사회로, 인민 주권이 완전히 실현된 곳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빠리 꼬뮌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어쨌든, 좌절된 유토피아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여러 방식으로 자극하는 법이다.


덧글

  • 즐거운편지 2015/02/10 16:06 # 답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진짜 공산주의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정말 궁금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계시록에 있는 천년왕국의 다른 표현같이 느껴지고요. 뭐 그런 묵시록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해석한다는 느낌도 지워지지 않고요. 사실 주인장님께서 말씀하신 기독교 트롤러나 공산주의 트롤러나 보면 비슷한 거 같습니다. 죄다 일부 이단이고 자신들만 정통이라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사실 한 꺼풀 벗겨지면 그 일부 이단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인데.

    권력을 쥐고 행정적으로 어떤 것을 진행하는 순간 죄다 타락해버린 공산주의에서, 인간이라는 변수를 빼고서 유지되는 행정구조로서의 공산주의란 딱히 감이 잡히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레닌의 찰진 비판인 좌익 소아병이라는 것이 어느정도는 맞다 생각되고, 그런 점에서 애매한 먹물들보다 스탈린이나 레닌이 몇 배는 나은 인물들이라 생각이 듭니다.
  • 즐거운편지 2015/02/10 16:08 # 답글

    이번에 저희학교 길에는 여성주의 단체에서 단체로 보이콧 대자보를 붙였더라고요. 뭐 마르크스가 가족을 해체하면서 말했던 '공창제'부터 사실은 갈등의 씨앗이 없을리가 없겠습니다만, 단체로 AV를 봤다나 싶더군요. 좌익이라는 분들의 스펙트럼도 보면 참, 상당히 넓지 싶습니다.
  • 궁금합니다 2015/02/10 19:57 # 삭제 답글

    궁금해서 그런데 글쓴분 유물론자이자 기독교인이세요??
  • 零丁洋 2015/02/10 20:18 # 답글

    맑스가 꿈꾸던 사회는 현실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이념은 가장 선진화된 자본주의 국가에 스며들어 건전한 복지국가들 형성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나요?
  • shaind 2015/02/12 14:24 # 답글

    자본론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껏 사회주의가 해온 게 그정도 수준이라면, '진정한 사회주의'는 애초에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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