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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쓰다. 쓴 진실을, 쓰다.
by 서초3동천재소년


2015 성서한국 후기 : 오늘 우리가 사도행전 29장을 새로 쓴다면 └Christianity NOW


 지난 주 교회 사람들과 성서한국 전국대회에 다녀왔다. 교회에서 여름 수련회를 대신하여 다같이 갔던 거라 올 때도 같이, 갈 때도 같이 갔다. 아무리 좋은 자리여도 혼자 가려면 여러모로 망설여 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다같이 가자고 자리를 깔아 주어서 부담 없이, 망설임 없이 갔다올 수 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해서 부담도 훨씬 적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게끔 좋은 점은, 교회에서 저녁때 치킨을 사주었다는 사실이다(!)



 나도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가 자본주의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재벌이 독식하는 경제구조는 정의롭지 않으며 장기적인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한다. 물신주의, 곧 돈이 모든것의 교환가치로 통용되면서 사고 팔아서는 안될 것(도덕, 양심, 사람의 목숨…)에도 가격을 매겨 사고파는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성서한국과 나는 이 전제를 공유해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특강과 저녁집회에서의 주제강의들이 무리 없이 납득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랑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 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 이번 성서한국 대회의 문제의식은,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우리 사회에 대해 성경이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해줄수 있느냐는 데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내게 (주관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마디는 해봤는데 안 되더라였다. 아마 둘째 날 주제강의였던 걸로 기억한다. 성경에서 기도로 병을 고칠 수 있다기에 아픈 친구를 위해 우리가 다같이 열심히 기도했는데, 안 나았다. 목사님은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이건 사실 매우 아픈 고백이다. 이 외에도 성경은 우리에게 많은 걸 약속한다. 평화, 행복, 먹고살 돈, 좋은 공동체그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면 기타 등등은 알아서 덧붙어 주시리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 있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 건조하다. 청년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꾸준히 오르는 실업률과 이미 세계 최고인 자살률, 주중에 직장에서 탈탈 털리느라 사람은 많으나 일손은 부족한 일요일 교회 청년부. 현실은 왜 이런가? 누가 그렇게 잘못했고 무엇이 어떻게 어긋나서 이 꼴이냐 말이다.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었다. 그거 이제 안 된다. 구약에서는 가나안 땅 막 정복하고 신약에서는 이방인들 다 말빨로 발라버리고 여기저기에 교회도 막 세우지만, 현실에서 우리의 삶은 (구약의 표현을 빌리자면) 메뚜기 떼 같다. 이 초라함과 비루함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가 (내 생각엔) 지금 우리의 신학이 마주친 문제이다. 옛날 신학은 이를 충분히 거룩하지 못해서, 회심과 회개가 철저하지 못해서라고 이야기했다. 이건 그러니까 남 탓 하지 말고 더욱 노오력하라는 뜻이다. 더욱 노오력해서 자기를 치고 부러뜨리고 하나님 앞에서 순종을 아는 몸이 되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사도행전 설교와 이른바 노력영웅모델이 등장한다. 사도행전의 히어로들이 지중해 세계를 들쑤시며 이기고 다녔듯, 어떤 선배가 교회 일을 열심히 하며 취직도 잘 했듯, 님들도 아멘 하고 가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해서, 안 된다. 가슴을 치며 회개하고 잠을 줄이며 노오력해서 나 한 사람은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쳐도, 내 옆 사람은 안 된다. 그러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하나님은 나 한 사람만의 하나님이 아니며 옆 사람의 하나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서한국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모두 다 같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개인의 회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시대의 신학이라면 우리 시대의 삶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고, 우리 시대의 삶은 우리의 사회적 존재를 떼어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따라서 우리 시대의 거듭남은 마음만의 거듭남이 아닐 것이다.


사도행전은 28장까지 있다. 그러므로 29장은 아직 쓰여지는 중이다. 오늘 우리가 사도행전 29장을 새로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떻게 예수를 전했다고 말할까. 못했다고 쓰면 쪽팔리니까 뭐라고 쓰긴 써야 하는데, 마땅치 않다. 내 생각에 하나님은 생명을 만드신 분이므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게 했다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서 잘, 이왕이면 유쾌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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